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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정부 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 수립 방향 환영하나, 실행 방법 여전히 물음표
2026-05-19

- 정부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 수립·발표 환영…“골격 이제 있으나, 살을 붙여야 해” 

- 투자 주체·간헐성 대책·시민체감형 보급전략·지방권한 뒷받침·녹색산업 경쟁력 강화 등 다섯 가지 공백 지적 

-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 재차 제시했지만, 재원·주체·전략 여전히 물음표 

- ‘국내 생산 에너지(home-grown energy) 확대’로 나아가기 위해선 기본계획 이행 현황 지속 평가해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5월 19일 제38차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공식 수립해 발표했다. 올해 3월 개정된 재생에너지법에 따라 수립된 최초의 재생에너지 단독 기본계획이며, 2035년까지의 중장기 이행 로드맵을 담고 있다. 5대 과제·10대 전략을 담은 이번 계획은 지금까지 나온 에너지 전환 관련 계획 중 가장 야심찬 것임에 틀림없다. 2030년 누적 100GW(기가와트), 2035년 발전 비중 30% 이상이라는 목표가 그것을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방향이 맞다는 것과 계획이 충분하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이번 계획의 다섯 가지 핵심 공백을 짚고자 한다.

첫째, 투자 주체와 재원 계획이 빠져 있다. 100GW 누적 목표를 중심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세부 보급 계획을 처음으로 수립하고, 설치 용량과 부지 계획을 정밀하게 제시한 것은 분명 진전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분야에 268조 원 투자라는 수치가 들어간 것 역시 긍정적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질문 하나가 빠져 있다. 누가 얼마나 투자하고, 누가 설치·운영할 것인가.

GW급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에는 공공투자가 필수적이다. 지역 중소 규모 사업에는 지역 공동체와 협동조합의 참여가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계획 어디에도 정부의 직접 예산 지출 규모와 공적 투자 계획이 명시돼 있지 않다. 이대로라면 재생에너지 투자의 상당 부분을 민간자본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될 우려가 있다. 재생에너지 전환은 시장이 알아서 하는 일이 아니라, 공공이 선도하고 지역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일이어야 한다.

둘째, 재생에너지 간헐성 대책이 선언에 그쳤다. 재생에너지를 주력 전원으로 끌어올리려면 간헐성 문제를 해결할 충분하고 다각적인 대책이 필수적이다. 이 점에서 기본계획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패키지로 묶어 고려하겠다고 밝힌 것은 방향으로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ESS를 정확히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확충할 것인지 수량적 목표가 없다. 계통연계형과 비연계형, 단주기와 장주기 ESS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그린수소를 재생에너지 저장 수단으로 포함할 것인지, 양수발전 확대 전략은 무엇인지도 언급이 없다. 간헐성 문제와 직결된 전기요금 체계 개편 방향도 빠져 있다. 간헐성 대책 없는 주력 전원화 선언은 절반짜리 약속일 수밖에 없다. ESS 역시 단순히 설비를 확대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지역에서 저장·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체계와 결합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ESS가 산업단지, 공공건물, 햇빛소득마을, 지역 전력거래와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에 대한 운영모델이 함께 제시될 필요가 있다.

셋째, 시민 체감형 재생에너지 보급 전략이 여전히 약하다. 가정용 태양광을 200만 가구로 확대하고 자가용 설비를 2035년까지 12GW로 늘리겠다는 목표가 처음으로 제시된 것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도시의 옥상·공동주택·상가·학교·주차장 등 생활공간에서 시민이 직접 체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보급 전략은 여전히 약하다.

일례로 공동주택에 태양광을 설치하려면 주민 동의라는 높은 장벽을 넘어야 하나, 이를 해소할 인센티브와 절차 간소화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이밖에도 설치비 보조, 지자체 매칭, 유지관리 서비스, 시민 상담창구, 도시형 시민발전협동조합을 촉진하는 제도 설계가 충분히 구체화돼 있지 않다.

넷째, 지방정부의 역할 강화가 실행력으로 이어지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거버넌스 확대와 지방정부 역할 강화를 강조한 것은 분명 좋은 방향이다. 다만, 역할을 강조하는 것과 실제 권한과 실행력을 부여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번 기본계획에는 지역에너지공사와 같은 책임 있는 실행 조직의 신설이 계획에 담겨야 했다. 지방정부가 계통 정보에 접근하고, 지역 단위에서 전력거래와 수요관리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권한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이런 제도적 뒷받침 없이 지방정부의 역할만 강조하는 것은 자칫 책임만 떠넘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녹색산업 경쟁력과 수출 전략이 기본계획에서 보이지 않는다. 주요국의 사례를 보면 재생에너지 보급 계획과 녹색산업·수출 전략은 함께 설계되는 추세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은 산업가속화법(IAA)을 통해 재생에너지 제조 역량 확충과 역내 공급망 강화를 명시하며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기본계획은 태양광·풍력 제조 생태계의 경쟁력 약화를 인정하고 일부 지원 방안을 담았다. 하지만 배터리·전해조·히트펌프 등 녹색산업 전반에 대해 어떤 목표와 경쟁력을 갖출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없다. 어느 지역에서 집중 육성할 것인지, 어떤 수출 전략을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포괄적 계획 역시 없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탄소중립산업법이 이 공백을 채워야 하며, 재생에너지 기본계획과 긴밀하게 연동돼야 할 것이다.

오늘날 에너지 정책은 ①탈탄소화 및 기후대응 ②에너지 안보, 그리고 ③감당 가능한 에너지 공급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균형 있게 달성해야 한다.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는 에너지 안보 전략의 근본적 재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기후부가 이번 계획에서 ‘국내 생산 에너지(home-grown energy) 확대’를 새로운 안보 전략으로 내세우고, 재생에너지 주력 전원화를 공식 선언한 것은 그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이다. 

다만, 방향이 맞다는 것과 계획이 충분하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앞서 언급한 투자 주체와 재원, 간헐성 대책의 수량적 목표, 시민 참여의 실질적 경로, 지방정부의 실행 권한, 녹색산업의 포괄적 전략 공백 등 여러 공백을 채우지 못하면, 가장 야심찬 계획이 또 한 번 가장 아쉬운 계획으로 남을 수 있다.

정부는 이번 계획을 출발점으로 삼아 후속 입법과 예산 편성, 그리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이 공백들을 반드시 채워나가야 한다. 녹색전환연구소는 그 과정을 면밀히 지켜볼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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