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정치바람, 16개 광역지자체 후보 45명 공약 질의서 회신 결과 26일 공개
- 광역단체장 후보 54명 중 절반도 안 답해…수도권 거대 양당 후보 전원 무응답
- 탄소예산 고려 없는 개발로 가득찬 서울·경기 핵심 후보 …지역선 보수도 재생에너지 설치 및 에너지 기본소득 적극 수용
- 배보람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 “민선 9기 임기가 종료되는 2030년은 탄소중립 중간 목표 달성 가능성을 가늠하게 될 것”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16개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들의 기후·에너지 공약을 질의서를 통해 확인한 결과가 공개됐다. 녹색전환연구소·로컬에너지랩·더가능연구소 등이 속한 연대체 기후정치바람은 16개 광역지자체 후보 45명에게 공약 질의서 회신한 결과를 26일 공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6개 광역단체장 선거구에 총 54명이 후보로 등록했다.
앞서 기후정치바람은 5월 초 8개 분야 96개 항목 체크리스트를 담은 공약 질의서를 4월 30일을 기준으로 원내정당에 속한 전국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들에게 발송했다. 질의 항목은 ▲공영주차장 태양광 설비 의무화 ▲주택용 태양광 확대 ▲학교 에너지 자립 지원 ▲공공교통 탄소감축 ▲건물 에너지 원단위 제도 ▲기후재난 대비 및 취약계층 보호 ▲햇빛소득마을 추진 ▲해상풍력 주민 참여·이익 공유 순이다.
이번 질의 항목은 이미 정비된 국가 정책을 바탕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이 의무적으로 추진해야 하거나 추가 제도 개선 없이 즉각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구성됐다. 동시에 중앙정부의 계획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고, 광역 단위 실행체계가 갖춰져야 비로소 정책 효능감이 체감될 수 있는 항목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
8대 공약 96개 항목 체크리스트를 작성한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기후정책은 9대 지방정부 임기 시작 이후 준비에 착수하면 이미 늦다”며 “후보들이 지금 당장 구체적인 계획을 갖추고, 주민들과 공유하며 동의에 기반한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후보 기후공약 미비”…2050 탄소중립 달성 도울 정책 제시에 침묵
그러나 답변을 보내온 광역단체장 후보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울특별시, 경기도, 대전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충청북도, 강원특별자치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 중 질의서에 응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먼저 서울의 경우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모두 질의서에 응하지 않았다. 정원오 후보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건물 그린리모델링 및 냉난방의 재생열 전환과 같은 정책 등을 공약으로 제시하기는 하였다. 다만, 이러한 정책은 재개발·재건축 중심 주택 공급 혹은 자동차를 핵심에둔 교통정책과 충돌 가능성이 크다.
오세훈 후보는 5대 공약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서울기후동행패스’로 개편해 모두의 카드(K-패스)와 결합하는 방안을 언급하는 데 그쳤다. 2022년 민선 8기 선거 당시 탄소중립을 위한 목조건축 활성화, 플라스틱 재활용 체계 구축 등을 내놓았던 것과 비교하면 후퇴한 모습이다.
권영국 정의당 후보만이 유일하게 질의서에 답변했고, 5대 공약에 에너지 자립과 탈탄소 전환을 명시했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5년 전 대통령선거 경선 당시 “기후위기는 명백한 현실”이라며 대전환을 외쳤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관련 질의에 답변을 거부했다. 양향자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는 회신하지 않았다.
두 후보 모두 질의서 발송 이후 발표한 5대 공약에서도 기후대응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추미애 후보는 별도 공약 발표 자료집에서 햇빛소득마을과 RE100 산업단지 확대를 언급했으나, 구체적인 이행방안은 담기지 않았다.
“햇빛소득마을 등 ‘에너지 전환’ 이슈, 여야 구분 없이 지역 공약으로 등장”
수도권에서 기후·에너지 의제가 실종된 것과 대조적으로, 답변에 나선 지역 후보들 사이에서는 뜻밖의 흐름이 감지됐다. 국민의힘·개혁신당 소속 광역단체장 후보들 다수가 주민 참여형 재생에너지 확대와 수익 공유 모델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2040 탈석탄 정책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충청남도의 김태흠 충남도지사 후보(국민의힘)는 햇빛소득마을과 해상풍력을 통한 ‘에너지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긍정했다.
보수의 텃밭으로 꼽히는 경상북도의 이철우 경상북도지사(국민의힘) 후보 역시 “햇빛소득마을이 경북에 가장 잘 맞는 에너지 전환 모델”이라며 “22개 시군을 대상으로 사전 수요조사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박형준 부산시장(국민의힘) 후보도 공영주차장 태양광 및 주민참여형 해상풍력 모델의 수익 환원 필요성에 공감하는 답변을 보내왔다.전재수 부산시장(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자동차 수송분담률을 감소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수요관리 정책 등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개혁신당 소속으로 인천에 출마한 이기붕 시장 후보와 대전의 강희린 시장 후보도 재생에너지 확대와 협동조합 참여 필요성을 담은 답변서를 제출했다.
더불어 답변을 보내온 후보들의 공약 수준 차이 역시 뚜렷했다. 제주가 대표적이다. 위성곤 제주도지사 후보(더불어민주당)는 주택용 태양광 확대에 더해 계통 부담 완화를 위한 히트펌프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연계, 재생열에너지 기반 등 난방 전환 계획까지 담아 답변서를 제출했다.
문성유 제주도지사(국민의힘) 후보 역시 ‘원스톱 태양광 지원 시스템’ 구축을 통한 행정 절차 간소화, 관광·숙박시설의 친환경 건축 가이드라인, 청정열 확대 등을 제시했다. 두 후보 모두 재생에너지를 넘어 건물·난방 분야까지 정책 범위를 확장한 답변을 보내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경남도지사에 출마한 김경수 후보(더불어민주당)는 공공목욕탕 확대와 함께, 히트펌프를 통한 청정열 공급을 연계하겠다고 제시했다.
“민선 9기가 기후·에너지 전환 골든타임…2030년 탄소중립 중간점검이 온다”
이번 질의의 배경에는 에너지 위기라는 현실이 놓여 있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원유 수입의 70%를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의 에너지 취약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현재 약 11%에서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계획만으로는 부족하다. 광역 및 기초단위의 실행 체계가 갖춰지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시민의 삶에서 체감되기 어렵다는 게 기후정치바람의 진단이다.
배보람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민선 9기의 임기가 종료되는 2030년은 탄소중립 중간 목표 달성 가능성을 가늠하게 될 것”이라며 “기후·에너지 정책을 묻지 않으면 대답하지 않는 수도권 핵심 후보들의 침묵이야말로 이번 지방선거가 마주한 가장 거대한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한편, 기후정치바람은 오는 5월 29일(금) 오전 11시 서울관광플라자 4층 시민아카데미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광역 및 기초단체장 후보 639명의 기후공약 전수조사를 공개하는 기자 간담회를 개최한다. 간담회에서는 ▲639명 전원의 기후공약 제시 여부와 내용을 담은 ‘기후공약 성적표’ ▲기후위기를 가속화할 우려가 있는 지역별 토건·난개발 공약을 짚는 ‘난개발 경고’ ▲지역별 기후위기 대응 수준을 비교한 ‘지역별 격차’ 데이터 등이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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