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

[보도자료] 기후유권자 있는데…기존 정책 ‘붙여넣기’도 못한 2026 지방선거 후보 기후공약들
2026-05-29

- 기후정치바람 등 시민사회 29일 오전 지방선거 공약 전수조사 결과 분석 발표 

- 광역 및 기초단체장 후보 624명 중 509명 기후공약 냈지만 속 빈 공약 수두룩 

- ‘도시형 에너지전환’ 정책 지방선거서 사실상 실종… 농촌 후보만 ‘햇빛소득’ 공약 

- 수송 부문 감축수단 제시 13명뿐… 건물 그린리모델링 공약 언급 역시 7명 그쳐 

- “친환경 교통과 도시 확장, 생태도심과 개발사업... 한 후보에서도 모순 공약 많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 지역에서 기후공약이 실종되거나 기존 정책을 그대로 옮겨 적는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한 후보 624명 중 509명이 기후공약을 냈지만,관련 법에 따라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정책을 반영하거나 정부가 이미 약속한 지원 예산을 끌어오려는 의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에너지전환 관련 기후공약을 낸 후보는 250명(40.1%)이었으나 대부분 농촌 지역 후보들이었고, 건물 부문은 도농을 불문하고 공란에 가까웠다. 수송 부문에서 대중교통 공약이 제시된 건 긍정적이지만 요금 인하 같은 교통 복지 중심 정책만 반복될 뿐, 실제 온실가스 감축과 연결되는 구조적 전환 전략은 매우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방자치단체에 부여된 권한과 재정, 집행체계가 있음에도 이를 실행으로 연결할 거버넌스는 전반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기후정치바람(녹색전환연구소·로컬에너지랩·더가능연구소 등이 속한 연대체)을 비롯한 시민사회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광플라자 4층 시민아카데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분석은 지난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광역 및 기초단체장 후보 624명의 선거공보물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이 작업을 위해 전국 지역에너지기후행동파트너십 도약, 대전에너지전환네트워크, 충남에너지협동조합, 충남환경운동연합,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등 15곳이 참여했다.

기후정치바람은 공약을 ▲탄소중립 ▲에너지전환 ▲건물 ▲수송 등 10대 분야로 나누고, 각 공약이 지역 맥락에서 실제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지는지 여부에 따라 ‘기후공약’과 ‘반기후공약’으로 판별했다. 단순히 ‘기후’나 ‘온실가스’라는 단어가 등장한다고 기후공약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베란다형 태양광 등 ‘도시형 에너지전환’ 공약, 지방선거서 사실상 실종

먼저 발제를 맡은 오용석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기후공약의 지역별 편차를 지적했다.

이재명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목표를 내걸고, 전국 3만 8,000여개 마을을 대상으로 매년 500곳 이상의 햇빛소득마을을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추경에서 산단·공장지붕 태양광 보급에 1245억원, 가정, 학교 등 생활공간 태양광 보급에 767억원을 증액했다. 이를 집행하기 위해 지자체의 적극적 행정이 맞물려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관심을 보인 지역은 농어촌에 집중됐다. 광역 및 기초단체장 후보 중 에너지전환 관련 기후공약을 낸 254명 가운데 215명이 ‘햇빛소득’이나 ‘바람소득’을 내세운 도(道) 지역 후보들이었다. 광역시에서 에너지전환 공약을 낸 후보는 39명에 그쳤다.

특히, 전력 소비가 집중된 대도시에서 건물 옥상이나 베란다를 활용한 도시형 에너지 전환 모델은 공약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경기도에선 31개 시·군 후보 중 가정용 태양광 보급 지원 확대를 직접 언급한 이가 1명(경기 김포시)에 불과했다.

또, 데이터센터·인공지능(AI) 산업 확대 등 전력 다소비 공약은 경쟁적으로 쏟아졌지만, 안정적이고 친환경적인 전력 조달을 위한 재생에너지 보급 공약은 4건에 불과했다.분산에너지와 에너지 지산지소(地産地消) 개념이 중요해지는 시대 흐름과도 역행한다.


“복지로만 채운 수송, 개발로만 채운 건물… 구조적 감축 안 보여”

수송 분야 기후공약을 낸 후보는 379명(60.7%)으로 가장 많았지만, 전기버스 확대 및 차 없는 거리 조성 등 실질적 감축 수단을 명시한 후보는 전국에서 13명에 불과했다. 공약 상당수는 무상교통, 교통비 지원, 대중교통 할인 등 교통 복지와 관련돼 있었다.

수송 부문 온실가스 감축은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다. 실제로 기후에너지환경부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수송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대비 1.3% 감소(약 9,746만 톤 배출)에 그쳤다. 수송 부문에서 반기후공약도 적지 않았다. 경기남부국제공항 추진,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즉시 재개 등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이용 수요를 부추기는 주차장 확충 공약도 정당을 막론하고 전반적으로 발견됐다.

건물 부문 기후공약도 마찬가지다. 건물은 수송 부문과 더불어 도시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원이다. 당장 서울시의 경우 건물 부문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약 60%를 차지한다. 에너지 비용과 직결되는 만큼 취약계층 삶의 질과도 떼놓을 수 없다. 노후건물을 손보면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난방비 부담도 낮출 수 있어, 그린리모델링은 기후와 복지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대표적 정책 수단이다. 조례 제정을 통한 건물 에너지 기준 강화, 공공건물 그린리모델링 모두 지자체 권한 안에 있다.

그러나 건물 부문에서 기후공약을 낸 후보는 624명 중 45명(7.2%)에 그쳤다. 이 중 그린리모델링을 언급한 후보는 7명에 불과했다.

건물 부문에서 반기후공약을 낸 후보는 287명(46.0%)에 달했다. 재개발·재건축 공약이 정당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산된 대표적 반기후 개발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와 별개로 생태 부문에서는 파크골프장 건설·확충 공약 역시 많았다. 파크골프장 건설·확충 공약은 전국 173개 지역 253명의 후보가 내놓았다.


감축목표 등 언급한 후보 21명 불과…탄소중립기본계획 지킬 의지 안 보여 

탄소중립기본법은 지자체가 자체적인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계획을 세우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녹색전환연구소가 올해 2월 발표한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탄소중립기본계획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기초지자체의 2030년 평균 감축목표(총배출량 기준)는 25.3%에 불과했다. 국가 감축목표 40%를 동일 기준으로 환산한 추정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40% 이상 목표를 세운 곳은 전국 226개 중 23곳(8%)에 그쳤다.

이번 분석은 이 문제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탄소중립 로드맵이나 감축목표를 공약으로 제시한 후보는 624명 중 21명(3.4%)에 불과했다. 기후예산제를 언급한 이는 기초단체장 후보 1명(경기 용인시) 뿐이었다. 부실한 계획을 바로잡을 의지를 가진 후보가 선출되지 않는다면, 2030년 목표는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오용석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이번에 선출될 지자체장들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 의무가 있지만, 지자체장이 권한을 가진 수송, 건물 부문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적극적인 공약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충남과 서울, 인천의 지역별 분석이 진행됐다.

박기남 충남에너지전환네트워크 대표는 “전체적으로는 기후위기 대응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됐지만, 개발 중심 공약과 산업 성장 논리가 여전히 강하게 병존하는 양상이 확인됐다”며 “후보자 상당수가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친환경 교통을 언급하면서도 동시에 대규모 개발사업, 도시확장, LNG·산단 중심 정책을 함께 제시해 정책 간 충돌가능성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민호 서울기후위기비상행동 운영위원은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2호선 태양광 방음벽 설치와 더불어 지하화를 공약했다”며 20년 가까운 태양광 패널 수명을 고려할 때 정책적 모순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이 운영위원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역시 간선도로 지하화, 용적률 상향, 대관람차 설치 등 다수의 개발공약을 제시했다.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같은 공약도 있지만 그린워싱 가능성을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전했다.

장시정 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 기획단장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는 해상풍력 공약이 있지만 산업 정책에 머물렀고,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는 해상풍력 이익 공유를 언급했지만 공약 전체적으로는 반기후공약이 앞섰다”고 짚었다.

한편, 기후정치바람은 지방선거 이후 당선인들의 공약을 추가로 분석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정책 제안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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