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오늘(6/29)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통해 2029년까지 8.4GW, 2035년까지 총 18.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AIDC)를 구축하고 1,000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초대형 진흥 계획을 발표했다. 수도권 용인에 15GW의 전력과 150만 톤의 용수를 적기에 공급하고, 비수도권 지역에도 SMR, LNG, 재생에너지 등 가용한 모든 발전원을 동원해 약 8GW 이상의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국가적 생존 전략’이라는 거창한 수사로 포장되었지만, 이번 발표는 기후 한계와 탄소중립 목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는 얼마전 국회를 통과한 ‘AI 진흥 특별법’보다 강력한 기업 특혜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자신의 역할을 기업 투자에 필요한 전력, 용수, 부지, 규제완화 제공에 집중하면서도 기업이 부담해야 할 기후·환경적 책임은 사실상 비워둔 점도 심각한 문제이다. 이에 녹색전환연구소, 참여연대, 환경정의는 우려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첫째, 국가 탄소중립 목표 무력화하는 ‘온실가스 폭증 시나리오’다. 국민 보고회에 나선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원전과 햇빛, 바람의 ‘깨끗하고 안정적인 전기’를 적기에 공급하겠다고 장담했으나, AI 산업에 대한 기업의 기후책임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대안으로 내세운 원전은 지역에 위험을 전가하는 지속 불가능한 에너지일 뿐이며, SMR(소형모듈원전) 역시 상용화 여부가 불투명하다. 여기에 화석연료인 LNG 발전까지 가용 발전원으로 총동원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기후위기 대응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다. 당장 착공에 들어가 2029년 8.4GW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경우, 향후 전력배출계수가 NDC에 따라 2035년까지 0.12tCO2eq/MWh까지 떨어진다고 낙관적으로 가정해도 2035년까지 추가로 누적되는 온실가스 배출량만 무려 ‘8,50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정부는 급증하는 전력수요 자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은 제시하지 않았다.
둘째, AI DC 등으로 인한 기후부담에 대한 기업의 책임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발표에는 AI 빅테크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스스로 확보할 것인지, 막대한 냉각수 소비에 따른 물 효율화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에 대한 ‘수요 관리 및 규제 원칙’도 없다. 오직 정부가 전력과 용수를 “필요 그 이상으로 미리 준비해 주겠다”며, 대기업을 위한 ‘AI DC 전용 요금제’라는 특혜까지 제시하고 있다. 반면, 기업이 투자로 얻는 이익에 상응하는 재생에너지 사용 의무, 에너지와 물 효율 기준 준수 방안, 전력과 물 사용 정보 공개 등 최소한의 책임도 제시되지 않았다.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는 것은 민간 기업인데, 이로 인한 환경 파괴와 전력망 부담, 비용적 리스크는 왜 고스란히 국민과 지역사회가 짊어져야 하는가.
셋째, 재생에너지 원칙과 기업의 기후책임 없는 ‘지산지소(地産地消)’는 난개발 선언이다. 정부는 호남의 햇빛과 바람으로 추가 되는 반도체 산단을 운영하는 ‘지산지소형’ 모델을 언급했으나, 수도권 용인의 반도체 산업단지에 대한 계획은 계획대로 추진할 계획이다. 따라서 용인 산단에 필요한 15GW의 전력공급을 위한 송전탑 건설 및 LNG 발전소를 둘러싼 기후영향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여기에 추가되는 첨단 산업 및 AI DC 추진은 서울 영등포, 경기 김포, 세종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입지 타당성과 주민 수용성을 둘러싼 갈등을 전국으로 확대할 수 있다.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했지만, 지역을 값싼 부지와 풍부한 전력과 용수의 공급지로만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정한 균형발전이 가능할 지 의문이다. 지역 주민의 참여와 수용성,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전제로 한 입지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 전 세계는 데이터센터 정책의 패러다임을 ‘무한 진흥’에서 ‘지속 가능한 규제’로 선회하고 있다. 지난주 런던 기후행동주간에서는 전 세계 42개 도시가 지속가능한 데이터센터 개발을 위한 협약을 출범시켰다. EU는 전력과 물 사용 효율 정보 공개를 의무화했고, 독일은 재생에너지 100% 충당 조항을 마련했으며, 미국의 일부 주들은 신규 건설 중단 법안까지 추진 중이다.
이러한 국가들의 정책 변화가 한국에 시사하는 점을 숙고해야 한다. AI 데이터센터의 입지와 운영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기후와 환경 시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규율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이제라도 ▷재생에너지 사용 의무화(장기 100% 목표) ▷비수도권 분산 및 지역 에너지 우선 소비 ▷전력사용효율(PUE) 및 물사용효율(WUE) 규제 ▷국가와 지자체 주도의 엄격한 인허가 및 공적 관리 체계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 또한 기업에 대한 투자 지원은 투자 이행과 기후와 환경 책임을 전제로 이뤄져야 하며, 국가적 자원과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제도화해야 한다.
2026년 6월 29일
녹색전환연구소 · 참여연대 · 환경정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