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색전환연구소 ‘2030년 기후도시를 향한 도전’ 보고서 29일 발간
- “감축량·차량 대수 같은 단일 지표만 확인… 시민은 변화 체감 못 해”
- 온실가스 감축과 생활조건 개선, 기후대응 우산 아래 하나의 도시정책으로 묶어야
- IPCC도 2027년 첫 도시 특별보고서 발간 예정…도시 중심 대응 국제적 흐름
-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기후위기에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정책 역량 집중해야”
기후정책 싱크탱크 녹색전환연구소가 29일 ‘2030년 기후도시를 향한 도전’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과 시민의 생활조건을 지키는 일을 하나로 묶는 기후도시의 기준이 담겼다.
기후도시는 온실가스와 기후리스크를 줄이는 일과, 에너지·주거·이동·안전·일자리라는 시민 생활 전반을 개선하는 일을 하나의 도시정책으로 다루는 도시다.
한국은 2021년 탄소중립기본법을 만들고 국가와 광역지자체, 226개 기초지자체까지 각각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세웠다. 법과 제도는 잘 갖춰져 있으나, 실제 온실가스 감축이 시민의 생활조건 개선으로는 연결되지 않고 있다.
연구소는 그 이유를 기후정책이 만들어지는 방식에서 찾았다. 예를 들어 에너지 정책은 발전설비를 늘리는 데, 교통 부문 탄소중립 정책은 차량 대수 감축을 목표로 각각 설계된다.
문제는 이행 성과를 점검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발전설비 용량이나 차량 대수처럼 단일 지표만 확인할 뿐, 각각의 기후정책들이 시민들의 냉난방비나 이동권 보장 같은 생활조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평가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러한 낡은 문법에서 손해를 보는 것은 결국 시민들이다. 예컨데 홍수와 폭염에 대비해 만든 공원과 녹지는 오히려 주변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린다. 그 결과, 그 동네에 살던 저소득층과 세입자가 밀려나는 ‘그린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다. 탈탄소화에 따라 산업 구조가 바뀌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한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실직과 소득 감소를 가장 먼저 떠안는다.
기후도시는 이 낡은 문법에서 벗어나자는 제안이다. 지금까지 도시는 각각의 문제를 따로 관리해왔다. 에너지 부서는 에너지만, 교통 부서는 교통만 본다. 건물과 재난 역시 마찬가지다. 그 사이에서 시민들은 정작 변화를 체감하지 못 한다.
연구소는 “낡은 도시 운영 방식은 여전히 예산과 제도, 공간 정책을 주도하고 있지만, 기후위기에 맞는 새로운 원리는 아직 도시의 규칙이 되지 못했다”며 “기후도시는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한 제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탄소를 줄이는 일과 시민의 삶을 지키는 일을 따로 두지 않는 것이 기후도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조치 하나마다, 그 조치의 부담과 혜택이 누구에게 가는지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몇몇 사례로 구체화해 소개했다. 재생에너지에서는 수익 배분이 관건이다.
태양광 설비용량만 목표로 삼으면 수익은 사업자에게, 부담은 지역 주민에게 돌아간다. 연구소는 지역의 빈 공간을 활용해 주민과 지역기업이 에너지 생산에 참여하도록 하고, 전기요금 절감과 발전 수익이 모두 지역 안에 남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거에서는 거주 안정이 관건이다. 단열 공사만 지원하면 냉난방비는 줄어도, 오른 임대료를 감당 못 한 세입자가 그 집에서 밀려날 수 있다. 연구소는 임대료 인상 억제와 거주 안정 조치를 같은 사업 안에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과 재난 대응에서는 접근성과 취약계층 보호가 관건이다. 전기자동차 보급만으로는 차가 없는 사람이 여전히 병원이나 일자리에 닿지 못한다. 침수·폭염 취약지역만 표시한 지도로는 정작 도움이 필요한 독거가구나 이동약자를 놓친다. 연구소는 버스·철도·보행·자전거를 공공서비스로 강화하고, 재난 지도에도 취약주택과 돌봄 인력 현황까지 함께 담아야 한다고 봤다.
한편, 도시 단위에서 기후위기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국제사회에서도 확인된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약 56%가 도시에 거주하고, 도시는 전 세계 에너지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1~76%를 차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동시에 폭염과 집중호우 등 기후위기의 영향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공간도 도시다.
이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2027년 ‘기후변화와 도시에 대한 특별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IPCC가 도시를 단독 주제로 특별보고서를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특별보고서는 각국의 대응 성과를 점검하는 제2차 전지구적 이행점검에도 주요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연구소는 이번에 나온 기후도시 기준을 기반으로 앞으로 국내 도시들에 실제로 적용해, 감축계획과 예산, 선거공약과 실제 사업, 그리고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함께 확인해나갈 계획이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지난 7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민선9기 지방정부와 도시들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절반 감축 목표라는 특별한 책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더욱이 임기 안에 지구 평균온도가 기후 마지노선인 1.5℃를 넘어서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므로 민선 9기는 건물과 교통의 대전환을 포함해서 기후에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시민들의 삶의 질을 올리고 더 공평한 지역사회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탄소는 줄이고, 복지는 올리는’ 도시 비전, 즉 기후도시 비전이 2030년까지 임기를 다해야 할 지금의 도시와 지방정부에게 공통된 비전이자 목표가 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보고서는 녹색전환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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