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

[법률신문] 배회할 권리(Right to Roam) (지현영 부소장)
202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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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상상해 보라. 길도 놓이지 않은 유럽의 한적한 시골 속에 들어 발길이 닿는 대로 걷다가 기가 막힌 풍경을 만나게 되는데, 당신이 보게 된 것은? 만약 그것이 탁 트인 호수나, 강, 광활하게 펼쳐진 황야가 아니라, ‘당신에게는 더 이상 접근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통행금지 푯말과 길을 가로막는 울타리라면? 이로써 발길 닿는 대로 걷는 산책이 차단되게 된다면? 우리는 자연과 내가 분절되는 감정을 느끼게 될까?


영국에서는 실제로 대중들이 사유지와 공공지에 접근하여 이를 이용하고 즐길 권리가 제약됨에 따라, 국토의 단 8%의 공간만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 대중들은 영국 시골에 지정된 2,500개의 명승지에 접근할 수 없으며 접근할 경우 무단침입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사람들은 불합리함을 느끼게 되었으며, ‘배회할 권리(Right to Roam)’ 운동이 벌어지게 되었다. 


배회할 권리란 보호구역 등을 제외한 토지에서 야외활동, 운동, 교육 등을 할 공공 접근권이 법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권리의 제약은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지역 봉쇄를 겪으며 차별 문제로 두드러지게 되었다. 정원이 있는 사람들은 정원이 없는 사람들보다 특권을 누렸고, 녹지 공간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은 자연과 야외에 접근할 수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집 안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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