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코리아] '폐기물 창고'라 여겼는데... 경제학자 말만 믿으면 큰일난다 (김병권 연구위원)
2024-09-03
사람들은 거리를 지나가다 인상적인 건축물이 눈에 띄면 언제 지어진 것인지 궁금해한다. 하지만 여행하며 창밖에 스쳐 가는 산을 보면 그 산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는 절대 궁금해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사람들이 세운 건축물과 달리 산은 우리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거기에 그대로 있었고, 아마도 앞으로 수 세기 뒤에도 그대로 있게 될 '배경'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는 인간의 역사적 시간대에서 만들어진 건축물과 지질학적 시간대를 따라 형성된 자연물을 완전히 다르게 간주해 왔다.
하지만 이제 오늘 목격한 산과 바다, 기후와 계절, 들판과 야생들이 내년에도 우리 삶의 배경처럼 한결같으리라고 확신할 수 없는 세상에 들어왔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라는 프로메테우스의 불을 손에 쥐고 무한 경제성장을 계속하여 놀라운 산업문명을 이뤄냈지만, 그사이 우리는 강력한 지질학적 행위자가 되어 수만 년에 걸쳐 서서히 변화하는 지구의 탄소 순환 시스템을 교란해 버렸다.
그 결과 인간의 역사적 시간대가 이제 생물학적 시간대, 지질학적 시간대와 서로 얽히는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인도 역사학자 디페시 차크라바르티는 이를 "인간의 역사와 자연사 사이의 벽이 뚫리는" 시대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이 시대를 '인류세(人類世)'라고 부른다. 지난 8월 부산에서 열렸던 2024 세계지질과학총회(IGC)에서 '인류세'라는 개념이 공식적으로 승인되리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수개월 전 실무소위에서 아쉽게 부결된 바가 있다.



